평촌 은하수마을을 2021년 1월에 샀다. 34평, 전용 84㎡, 매매가 7억대 후반. 그때 돈을 다 모아서 산 건 아니고 5억 중반짜리 전세를 안고 들어간 갭투자였다. 벌써 5년이 지났다. 그사이 전세는 크게 한번 꺾였다가 다시 올라왔고, 매매가도 출렁였다 지금 자리에 와 있다. 숫자로만 보던 시절과 실제로 겪어보는 건 완전 다른 얘기더라. 이 글은 그 5년을 담담하게 적어두는 용도다.
은하수마을이 어떤 단지냐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비산동. 평촌신도시 1기 단지 중 하나다. 범계역까지 걸어서 갈 수 있고, 평촌학원가와 롯데백화점, 이마트가 생활권에 다 들어와 있다. 입주는 1992년. 올해 기준 34년차. 1기 신도시가 대부분 그렇듯 연식은 꽤 찼다.
최근에 분위기가 바뀐 건 재건축 때문이다. 원래는 리모델링 얘기가 나오다가, 2024년 4월 노후계획도시특별법이 시행되면서 판이 뒤집혔다. 은하수마을도 리모델링 계획을 접고 재건축으로 방향을 틀었다. 선도지구 지정 경쟁에 붙으면서 주민들 분위기도 한층 바뀐 느낌이다.
ℹ️ 출처
평촌신도시는 1기 신도시 5곳(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 중 하나.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노후계획도시특별법)은 2024년 4월 시행됐다. (국토교통부)
2021년 1월 매수 — 뜨거운 시장에서의 선택
그때 시장은 뜨거웠다. 2020~2021년 수도권 아파트가 본격적으로 뛰던 구간이었고 평촌도 예외가 아니었다. 매매가 7억대 후반, 전세 5억 중반. 갭은 대략 2억 초반이었고, 이 정도면 들어갈 만하다 싶었다.
이유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1기 신도시 재건축 이슈가 언젠가 붙을 거라는 판단. 다른 하나는 나중에 실거주로 돌릴 만한 동네라는 생각. 34평 전용 84㎡는 평촌에서 거래가 제일 활발한 평형이기도 하고, 매도하든 들어가 살든 선택지가 열려 있다는 게 컸다.
지금 돌아보면 꽤 좋은 타이밍이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2년 — 전세 시장이 먼저 무너졌다
2022년부터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빠르게 올리면서 전세 수요가 확 식었다. 전국에서 역전세 얘기가 돌았고 평촌도 예외가 아니었다. 당연히 내 아파트도 그 흐름에서 못 벗어났다.
세입자가 만기에 맞춰 퇴거를 결정했다. 새 세입자는 잘 안 잡혔다. 호가를 낮춰도 문의만 오고 계약까진 안 갔다. 그 시기엔 비슷한 매물이 동시에 여러 개 쏟아졌기 때문이다. 나만 빠른 게 아니었다.
4개월 공실, 그리고 특례보금자리론
결국 기존 세입자 보증금을 돌려주려고 특례보금자리론을 받았다. 2023년 초에 한시적으로 풀린 상품이었다.
ℹ️ 특례보금자리론 2023 조건 (출처)
주택 가격 9억원 이하, 소득 제한 없음, LTV 70%, 한도 5억원, 금리 연 4.65~5.05% 수준. 1주택자 상환·보전 용도 신청 가능. (한국주택금융공사 / 금융위원회, 2023년 기준)
문제는 대출을 받고 나서도 공실이 계속됐다는 거. 한 달, 두 달, 세 달. 그러는 동안 원리금은 꼬박꼬박 나갔다. 월급의 절반이 넘게 대출 상환으로 빠져나갔다. 남은 돈으로 고정비 쪼개 쓰던 시절이다. 솔직히 그때가 5년 중 제일 힘들었다.
처음엔 “곧 잡히겠지” 했다가, “이번 달엔 되겠지” 하다가, 세 달 넘어가니까 단기 공실이 아니라는 걸 인정해야 했다. 호가를 다시 한번 크게 낮췄다. 마음에 안 들어도 어쩔 수 없었다.
4억 중반 새 세입자 — 역전세 1억 확정
4개월째에 4억 중반으로 새 세입자가 들어왔다. 기존 전세가 5억 중반이었으니까 정확히 1억 역전세가 확정된 셈이다.
그 1억 차액은 특례보금자리론 한도에 신용대출까지 보태서 메웠다. 대출을 대출로 막는다는 표현이 딱 맞는 상황이었다. 그때 배운 건 한 가지. 갭투자의 리스크는 매매가 하락보다 전세가 하락이 먼저 찔러 들어온다는 거. 매매가는 멀쩡해 보이는데 전세만 빠지면 만기 시점에 현금 압박이 바로 온다. 이걸 숫자로만 보던 때는 몰랐다.
2024~2025, 전세가 돌아왔다
다행히 전세 시장은 2024년에 반등하기 시작했다. 수도권 전세가 전반적으로 오르면서 평촌도 따라왔다. 2025년 하반기에 새 세입자와 계약했을 때는 5억 초반까지 회복됐다. 매수 시점 전세 5억 중반과 큰 차이 없는 수준까지 온 거다.
현재 세입자와는 관계가 좋다. 정확히 몇 년까지라고 못 박진 않았지만 대화 중에 장기 거주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뉘앙스를 여러 번 비쳤다. 만기는 2027년. 만기 때 5% 안쪽으로 인상해서 연장하는 방향으로 서로 자연스럽게 맞춰져 있다. 임대차보호법상 5% 상한이 있어서 이 범위에서 합의하는 게 양쪽 다 깔끔하기도 하고.
2026년 4월 현재 — 시세는 10억 대
지금 시세는 10억대다. 2021년 매수가가 7억대 후반이었으니까 5년 누적으로 나쁘지 않은 수치긴 하다. 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시세·호가 기준이고, 실제로 팔게 되면 양도세, 중개수수료, 이사비 같은 것들이 다 빠져나간다. 실현 수익은 별개 얘기라는 뜻.
외부 환경도 그새 많이 바뀌었다.
- 인덕원-동탄 복선전철(인동선) 2026년 5월 개통 예정. 범계역 수요 스필오버 기대가 붙는 이유다.
- GTX-C 인덕원 정차가 2022년 확정된 이후 중장기 호재로 꾸준히 거론됨.
- 노후계획도시특별법 시행으로 평촌 전체가 선도지구 경쟁에 들어갔다.
- 은하수마을도 리모델링을 접고 재건축으로 선회한 상태.
ℹ️ 외부 환경 출처
인덕원-동탄 복선전철은 국가철도공단 사업으로 2026년 5월 개통 예정. GTX-C 노선의 인덕원역 정차는 2022년 2월 국토교통부가 확정. 1기 신도시 재건축은 노후계획도시특별법(2024년 4월 시행) 근거다.
앞으로의 계획 — 상생임대인 제도를 뒤늦게 공부하다
원래 계획은 단순했다. 2027년 만기 때 5% 안쪽으로 올려서 연장하고, 세입자가 원하는 만큼 전세 돌리다가 퇴거 시점에 매도든 실거주든 결정하자는 그림. 근데 상생임대인 제도를 공부해보니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더라.
상생임대인이 뭔지부터
한 줄로 말하면 “5% 안쪽으로 전세금을 올린 임대인한테, 양도세 비과세 요건 중 실거주 2년을 면제해주는 제도”다. 1주택자가 전세 준 아파트를 팔 때 직접 살아본 적 없어도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해준다는 게 핵심.
ℹ️ 상생임대인 자격 요건 (2026.4 기준)
- 직전 임대차계약 대비 임대료 증가율 5% 이내
- 직전 임대차계약 임대 기간 1년 6개월 이상
- 상생임대차계약 임대 기간 2년 이상
- 2021.12.20 ~ 2026.12.31 사이에 상생임대차계약 체결 및 임대 개시
- 주택 취득 후 체결된 계약만 “직전임대차계약”으로 인정
혜택: 1세대 1주택 양도세 비과세의 실거주 2년 요건 면제. (기획재정부 / 한국주택금융공사)
내 상황에 대입해보니
2025년 하반기에 체결한 지금 계약을 상생임대차로 볼 수 있을까? 직전계약은 2023년 4억 중반이었고, 지금은 5억 초반. 대략 13% 인상이다. 5%를 넘기니까 자격 안 된다.
그럼 2027년 만기에 5% 안쪽으로 갱신하는 계약은? 체결 시점이 2027년이라 제도 기한인 2026년 12월 31일을 넘어버린다. 이것도 현행법 그대로면 안 된다.
처음 기대했던 “만기에 5%만 올리면 자동으로 상생임대인”은 내 경우에 안 맞는 그림이었다.
두 가지 경로를 따져봤다
남은 가능성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정부가 또 연장해주길 기다리는 방법. 상생임대인 제도는 2024년에 한번 연장된 적이 있다. 전세 시장 안정이라는 명분이 있으니 또 연장될 가능성은 열려 있지만, 확실하진 않다. 이건 베팅이다.
다른 하나는 2026년 말 이전에 조기 재계약을 하는 방법. 근데 이것도 내 경우엔 안 된다. 지금 계약이 2025년 하반기 시작이라 1년 6개월을 채우는 시점이 2027년 상반기. 2026년 12월 기한 안에 “직전임대차 1.5년 이상” 요건을 못 맞춘다.
결국 남는 건 경로 1. 정부 연장 여부에 달려 있는 상황이다. 세법 개정 뉴스를 주기적으로 들여다보는 수밖에 없다.
상생임대인 자격을 얻으면 그때 결정
만약 연장이 되고 상생임대차 요건을 채울 수 있게 되면, 2년 임대를 채운 시점부터 실거주 없이도 비과세 요건이 열린다. 그때 가서 세 가지 중에 고르면 된다.
- 매도 — 세금 부담이 크게 줄어든 상태에서 시세 보고 판단. 고가주택 기준 같은 건 별도 확인.
- 실거주 복귀 — 학군·인프라·출퇴근 다 괜찮으니까 옵션으로 남겨둘 만하다.
- 다시 전세 — 재건축 이슈 본격화되면 입주권 관점에서 가져가는 게 낫다.
솔직히 2029년 즈음 부동산 정책이 어떻게 바뀌어 있을지 전혀 감이 안 잡힌다. 2021년 매수할 때랑 지금만 비교해도 대출 규제, 양도세 기준, 재건축 룰이 다 달라졌다. 상생임대인 제도도 기한과 요건이 몇 번 바뀌었다. 결정은 결국 그 시점에 다시 계산해야 한다. 이 글에 적은 제도 요건도 작성 시점(2026년 4월) 기준이라, 실제로 매도·세무 단계 가면 무조건 세무사 상담 끼고 결정할 생각이다.
5년 들고 있으면서 배운 것
몇 가지 정리하고 마무리한다.
첫째, 갭투자의 리스크는 전세가가 먼저 찔러 들어온다. 매매가는 멀쩡한데 전세만 빠지면 만기 때 현금 압박이 바로 온다. 역전세 대응 자금, 즉 보증금 반환 여력을 따로 준비해두지 않으면 대출로 대출을 막는 상황이 된다. 내가 겪어봤다.
둘째, 공실 기간을 우습게 보면 안 된다. “곧 잡히겠지”로 버티다가 한두 달씩 밀리면 대출 이자가 쌓이는 속도가 생각보다 빠르다. 상환 부담이 월급의 절반을 넘어가면 그건 이미 리스크 관리 범위를 벗어난 거다.
셋째, 제도 변경을 상수로 두면 안 된다. 2021년에 맞던 전략이 2023년엔 안 맞았고, 2026년엔 또 다르다. 양도세, 대출 규제, 재건축, 상생임대인 — 매년 재확인해야 하는 것들이 점점 늘어난다.
넷째, 실거주 전환 옵션을 열어두는 게 심리적으로 편하다. 매도만 바라보면 하락장에 흔들린다. “정 안 되면 들어가 살면 된다”는 선택지가 있으면 버티기가 확실히 쉬워진다.
5년은 짧지도 길지도 않은 시간이었다. 아파트 하나가 준 경험치가 책 열 권 분량은 되는 것 같고, 그만큼 비싸게 배운 부분도 있었다. 같은 위치에 있는 분들한테는, 숫자 보기 전에 현금흐름부터 본다는 말을 꼭 남기고 싶다.
⚠️ 투자 유의사항
이 글은 개인의 경험과 공개 자료를 기반으로 한 정보 제공 목적이며, 투자 권유나 금융 상품 추천이 아닙니다. 모든 투자 결정은 본인의 판단과 책임 하에 이루어져야 하며, 투자 원금의 손실 가능성이 있습니다. 세금 · 규제 등은 시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최신 정보를 별도로 확인하세요.